내가 처음으로 내 홈페이지를 가져본 것은 2003년 말인거 같다. 당시 인터넷이 보급되며 한창 개인 홈페이지가 붐이었고, 나도 편승해서 나모 웹에디터로 내 첫 홈페이지를 만들었다. 당시에 제로보드 4를 사용해서 게시판을 구현했을꺼다. 시간이 좀 더 지나 이리저리 연구해서 하드코딩으로 홈페이지를 만들어도보고. 제로보드4, 제로보드 XE, GR보드 등을 거치며 홈페이지를 구성해 나갔다.

그리고 시작된 개인 블로그의 시대. 처음엔 블로그가 홈페이지에 비해 가진 메리트가 뭔지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 그러다 태그 기능의 유용함을 깨닫고 올블로그 등의 메타 블로그 사이트 등이 급부상 할 때쯤 블로그로 갈아탔다. 거의 테터툴즈만 사용하고 포털 사이트의 블로그 서비스엔 별 관심이 없었다. 무한에 가까운 자유도를 지닌 홈페이지를 운영하다가 포털 사이트의 틀에 박힌 블로그를 쓰는건 어려웠기 때문. 포털 블로그는 접근성이 높다는 장점이 있지만, 당시엔 메타 블로그 사이트가 대세라 컨텐츠만 좋다면 어디에 뿌리를 박고 있어도 별 상관이 없었다. 2007~2008년 쯤엔 어느새 하루에 2000여명이 보는 블로그가 되었다.

그리고 군 입대를 하며 여태까지 가지고 있던 블로그와 개인 홈페이지 데이터를 모두 삭제하게 된다. 이게 잘한건지 아닌건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다. 당시 불과 몇개월 전에 내가 쓴 글을 읽으면서도 글 수준이 떨어져서 스트레스 받았고 어느새 내가 하고 싶은 말이나 내 생각을 쓰는게 아니라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많이 읽을까를 고민하며 주제 선택을 하고 글을 쓰는 내 모습을 발견했기 때문에 삭제하게 됐다. 그땐 왜 그렇게 클릭수에 연연했을까? 광고도 안달았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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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대블로그 시대는 구글 애드센스가 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개인 블로그든 주제를 가진 블로그든 컨텐츠가 확실하다면 사람들을 끌어모을 수 있는 메타 블로그 사이트가 있었고, 또 그 클릭수를 돈으로 바꿀 수 있는 수단이 막 생겨나던 때였다. 많은 사람들이 블로그를 시작했고, 많은 사람들이 자신들의 취미 활동으로 용돈을 벌었다.

난 여태 한번도 광고를 달았던 적이 없다. 웹호스팅을 받고 홈서버를 구입해 돌리고 도메인을 사서 유지하는 비용, 또 지금 쓰고 있는 티스토리 블로그의 유료 스킨 구입 비용등은 내가 원하는 모습과 퀄리티의 사이트를 운영하기 위해서 당연히 지불해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건 아는 사람들만 가끔 구경하는 개인 홈페이지가 됐든 수천명의 사람들이 찾아오는 블로그가 됐든 지금의 골방 같은 작은 공간이 됐든 변함 없는 생각이다.

광고를 다는게 나쁜게 아니다. 도의적으로 잘못 된 것이 아니고, 불법적인 것은 더더욱 아니다. 개인의 자유일 뿐.

허나 내가 쓰고 싶은 글, 내 머릿 속에 어지럽게 자리 잡은 잡생각들을 쏟아놓을 공간이 필요했고 지금도 앞으로도 필요한 사람 입장에서 광고는 그리 매력적이지 않을 뿐이다.

애드센스가 처음 등장했을때는 단순히 내가 예쁘게 꾸며 놓은 공간에 내가 컨트롤 할 수 없는 무언가가 들어온다는게 불편했을 뿐이다. 시간이 지나 사람들이 내 찌꺼기를 배설하는 공간에 들어오기 시작하면서 이게 더 이상 나만의 공간이 아니라고 느낀 후부터는 광고 그 자체를 거부하는게 맞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더 방문할까? 어떻게 하면 클릭수 대비 수익을 창출 할 수 있을까? 왜 이번주는 저번주보다 방문자가 줄었지? 좀 더 자극적으로 써야 하나? 이 주제가 핫할까? 이거 쓰고 싶은데 그러다 사람들이 실망하면 어떡하지? 일주일에 포스팅 몇개는 해야 하는데 도대체 뭘 쓰지?

생각만 해도 머리가 지끈거린다. 저런 생각을 하면서 퀄리티 높은 글을 쓸 수 있는 그릇이 나는 안된다. 물론 광고 유무를 떠나 굉장한 퀄리티의 글을 끊임없이 뽑아내는 분들도 있을꺼다. 당연히 돈을 가져갈 권리가 있는거라 생각한다. 그 권리를 행사하고 있는지 아닌지의 차이일 뿐.

워드프레스로 이사를 앞두고, 여러 유료 스킨을 구경하다 광고에 할당된 공간을 보며 이런 저런 생각을 해봤다.